노트북 배터리 시간 늘리려면 먼저 확인할 것

얼마 전 지인이 노트북 배터리가 두 시간도 못 간다며 새 배터리를 골라 달라고 했다. 그런데 충전 용량을 확인해 보니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 전원 어댑터를 뽑은 뒤에도 화면 밝기는 최대로, 외장 그래픽을 쓰는 프로그램은 백그라운드에서 계속 실행 중이었다. 노트북 배터리 시간은 배터리 상태만 보고 판단하면 원인을 놓치기 쉽다.
배터리 용량과 소비 전력을 따로 보자
노트북 사양표에 적힌 60Wh는 배터리에 담을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이다. 노트북이 평균 10W를 쓴다면 계산상 6시간, 20W를 쓴다면 3시간이다. 실제로는 배터리를 끝까지 쓰지 않고 화면 밝기나 작업 부하도 계속 변하므로 이 숫자가 그대로 사용 시간이 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왜 같은 노트북으로 웹 문서를 볼 때와 게임을 할 때 사용 시간이 크게 다른지 이해하는 데는 충분하다.
제조사가 표시하는 최대 사용 시간도 측정 조건을 같이 봐야 한다. 낮은 화면 밝기에서 동영상을 재생한 수치와 화상회의를 하면서 여러 창을 띄운 상태는 다르다. 특히 외장 그래픽이 켜지고 팬이 빠르게 도는 작업에서는 전력 소비가 몇 배로 뛸 수 있다. 사양표의 숫자보다 본인이 자주 하는 작업에서 몇 시간 가는지를 재는 편이 실용적이다.
먼저 배터리 상태를 확인하는 방법
윈도우에서는 명령 프롬프트를 열어 powercfg /batteryreport를 입력하면 배터리 보고서를 만들 수 있다. 실행 결과에 표시된 저장 위치에서 파일을 열고 ‘DESIGN CAPACITY’와 ‘FULL CHARGE CAPACITY’를 비교한다. 전자는 설계 용량, 후자는 현재 완충했을 때 담을 수 있는 용량이다.
예를 들어 설계 용량이 60,000mWh이고 완충 용량이 45,000mWh라면 현재 용량은 처음의 약 75%다. 처음에 여덟 시간 쓰던 작업이 비슷한 조건에서 여섯 시간 안팎으로 줄었다면 배터리 마모가 한 원인일 수 있다. 반면 완충 용량이 설계 용량에 가까운데 사용 시간이 갑자기 반으로 줄었다면 실행 중인 프로그램이나 전원 설정부터 살펴야 한다. 보고서의 사용 기록은 충전 상태와 배터리 사용 흐름을 확인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용량 수치 한 번만으로 교체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배터리 잔량이 30%에서 갑자기 꺼지거나, 충전 표시가 비정상적으로 뛰거나, 케이스가 부풀어 오른다면 사용을 중단하고 제조사 서비스 센터에서 점검받는 편이 안전하다. 부풀어 오른 배터리를 누르거나 직접 분해해서는 안 된다.
사용 시간을 줄이는 설정을 순서대로 찾자
가장 먼저 화면 밝기를 낮춰 본다. 실내에서 읽기 편한 수준까지만 내리고, 밝은 화면이 꼭 필요할 때 다시 올리면 된다. 고주사율 화면이라면 문서 작업이나 이동 중에는 주사율을 낮췄을 때 차이가 날 수 있다. 다만 기종마다 절전 효과가 달라서, 바꾼 뒤 같은 작업으로 시간을 비교하는 게 좋다.
다음은 작업 관리자를 열어 CPU나 GPU를 계속 쓰는 프로그램이 있는지 확인한다. 브라우저 탭 수보다 중요한 것은 그 탭에서 영상이나 애니메이션이 계속 재생되는지다. 게임 런처, 동기화 프로그램, 영상 편집기처럼 작업을 마친 뒤에도 남아 있는 앱도 확인할 만하다. 필요한 앱을 무조건 종료하기보다, 평소 사용 패턴에서 유난히 자원을 많이 쓰는 항목을 찾는 게 목적이다.
윈도우 전원 설정의 절전 모드나 에너지 절약 기능은 가벼운 작업에서 유용하다. 배터리 사용 중 화면이 꺼지는 시간도 짧게 잡아 두면 잠깐 자리를 비울 때 낭비가 줄어든다. 반대로 성능이 필요한 작업에서 무조건 가장 강한 절전 설정을 쓰면 처리 시간이 길어져 불편할 수 있다. 블루투스를 끄는 작은 조정보다 밝기와 높은 작업 부하를 먼저 다루는 편이 체감이 크다.
한 번 충전해서 얼마나 가는지 제대로 재기
설정을 바꿨다면 조건을 맞춰 비교한다. 같은 밝기, 같은 전원 모드, 같은 와이파이 환경에서 배터리를 80%까지 충전한 뒤 평소 작업을 한 시간 정도 해 본다. 80%에서 65%가 됐다면 한 시간에 15%포인트를 쓴 셈이다. 이 수치만으로 전체 사용 시간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설정을 바꾸기 전후 차이를 보기에는 쓸 만하다.
대기 중에 배터리가 줄어드는 문제는 작업 중 사용 시간과 따로 봐야 한다. 노트북 덮개를 닫았을 때 잠자기 상태로 들어가더라도 기종과 설정에 따라 네트워크 작업 등으로 전력이 소모될 수 있다. 가방에 오래 넣어 둘 때 잔량이 크게 줄어든다면 종료하거나 최대 절전 모드를 써 보고, 밤새 줄어든 비율을 비교한다. 가방 속에서 본체가 뜨거워졌다면 먼저 충분히 식히고 잠자기 동작도 점검해야 한다.
배터리 용량이 줄어든 노트북에는 새 배터리가 분명 효과적이다. 하지만 용량이 멀쩡한데 소비 전력이 높아진 경우라면 교체 후에도 기대만큼 오래 가지 않는다. 나는 사용 시간이 짧아졌다는 말을 들으면 완충 용량을 확인하고, 같은 작업을 할 때 무엇이 전력을 쓰는지부터 살핀다. 그 순서가 비용도 덜 들고 원인도 더 잘 드러난다.
